페르난두 메이렐리스 | 두 교황

가장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가장 나중에 먹는 타입으로 살아왔다. 요즘에는 취향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식사를 아내와 함께 하다보니 맛있는 것을 뒤로 미루어두면 큰 일이 날 수도 있어 요즘에는 맛있어 보이는 것을 최대한 빨리 먹는 편이다. 무척 보고 싶은 영화는 요즘에도 조금 뒤로 미루어 두는 편이다. 스스로를 조바심내게 만드는 타입은 아닌데, 그 영화를 볼만한 더 나은 타이밍이 왠지 있을 것만 같아서다.

[두 교황]도 몇 주는 묵혀둔 것 같다. 넷플릭스에 최초 공개되기 몇 주 전부터 새로 나온 영화를 알려주는 기능을 켜두고 기다렸지만, 막상 영화가 공개된 뒤에는 차일피일 미루며 영화를 보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본 지인들이 괜찮았다 이야기해줄 때마다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고, 어서 빨리 보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했지만, 아내와 함께 가장 편한 상태에서 보고 싶어 미루고 미루는 과정을 반복하다 오늘에야 보았다. 몸이 무거워 밖에 잘 나가지 못해 답답해하던 아내를 데리고 천안에 가서 맛있는 보리굴비와 간장게장을 먹고 와서였기 때문일까, 오늘은 괜히 이 영화가 보고 싶었다.

[두 교황]은 [시티 오브 갓]으로 유명한 페르난두 메이릴리스 감독의 신작이다. [시티 오브 갓]이 나온지 벌써 15년 쯤 되었으니, 그동안 대표작을 갱신하지 못한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약간 빈약해보여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의 영향력이 그리 크게 두드러지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작업에 참여한 앤써니 맥카튼(Anthony McCarten)의 촘촘한 대사들과 그 대사들을 완벽하게 빚어낸 두 배우, 조너선 프라이스(Jonathan Pryce)와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의 연기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다. 실로 이 영화는 프라이스와 홉킨스의 연기에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 두 대배우는 그 무거운 짐을 결코 소홀히 대하지 않으며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인다. 오히려 영화는 초반부 교황 베네딕도 16세와 주교 시절의 프린치스코 교황이 별장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벌이는 대단한 설전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을 제외하면 상당히 평이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4:3 프레임에 흑백으로 처리되는 과거 회상 장면은 조금 진부하며, 중간중간 실제 녹픽션 화면이 삽입되는 것은 메이렐리스가 [시티 오브 갓]에서 활용했던 올드한 방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독재 정권과의 관계에 대한 묘사는 고해성사라는 형식을 차용하여 지나치게 미화되어 표현된 듯 보인다. 마스터피스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구성의 영화를 살리는 것은 앞서 설명했듯 오로지 이 두 배우의 연기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연기란 것이 너무나 뛰어난 나머지 나와 같은 천주교 신자가 보편적으로 교황에게 느끼는 어떤 감정 – ‘성스럽다’라고 표현해도 될런지 모르겠다 –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세심한 대사 처리와 표정, 심지어 뒷모습만으로도 이 두 배우는 12억의 신자를 책임지는 리더로서 짖눌린 두 어깨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껴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교황의 고뇌와 보수적인 종교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 사이의 충돌 등을, 굳이 신자가 아니어도 한번쯤 생각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실로 대단한 연기를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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