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eater-Kinney | The Center Won't Hold

슬리터-키니(Sleater-Kinney)의 2019년 음반 [The Center Won’t Hold]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세인트 빈센트(St.Vincent)가 프로듀스했다. 1995년부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물론 중간에 10년 정도의 공백기가 있었지만) 전설적인 밴드 슬리터-키니와 2010년대 인디씬에서 가장 핫한 뮤지션 세인트 빈센트의 협업이라 하면 일단 가슴이 뛰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 결과물은 너무나 일방적인 세인트 빈센트의 음악이라 실망스러운 마음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노이지한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그런지 음악의 한복판에 섰던 슬리터-키니의 음악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현시대에서 가장 독창적인 기타리스트로 평가받는 세인트 빈센트의 가슴도 많이 뛰었겠지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대선배가 쌓아올린 과거의 유산을 말끔히 지워버리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물론 개별적인 노래들은 무척 매력적이다. 최근 세인트 빈센트의 음악세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레이저칼같은 기타사운드와 댄서블한 리듬, 귀를 찢는 듯한 보컬 등이 그대로 [The Center Won’t Hold]에 담겨 있다. “Bad Dance”같은 트랙은 2019년 최고의 싱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섹시하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슬리터-키니의 2019년 음반으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 라고 누군가 질문한다면 “거의 아무것도”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프로듀서의 영향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섹시한 음반을 뽑아낸다 하더라도 그 효과는 오래 갈 수 없다는 교훈은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사례에서 이미 명백히 증면된 바다. 물론 [Black Parade] 이후 거의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사라져간 젊은 밴드와 25년 이상 음악을 해온 관록의 밴드를 액면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슬리터-키니가 세인트 빈센트에 잠식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이 음반은 참 좋다. 잘 만든 음반이다. 다만 세인트 빈센트의 B-Side 작업물처럼 느껴질 뿐이지만.

1 thought on “Sleater-Kinney | The Center Won't Hold

  1. 대선배가 쌓아올린 유산을 지워버렸다는 말에 저도 이백프로 공감하게 되네요. 슬리터키니 전작을 모았으나 이번 앨범은 팬심으로도 사야겠단 생각이 안 들 만큼 너무 평범해져버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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