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k Cave and the Bad Seeds | Ghosteen

닉 케이브는 항상 좋은 음악을 낸다. 지난 40여년 간 항상 그래왔다. 닉 케이브를 전혀 듣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닉 케이브의 음악을 듣기 시작하다 중도에 관두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내가 그런 경우다. 닉 케이브의 이름을 기억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최초로 구입한 음반은 2001년작 [No More Shall We Part]였다. [Murder Ballads], [Let Love In], [The Good Sun]같은 초-중기 걸작을 그냥 지나친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거의 모든 음반을 구입해 듣고 있다. 그리고 단 한번도 실망하지 않았다. 2019년에 발매된 17번째 음반 [Ghosteen]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이 음반이 올해의 음반 목록에 들어갈 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부터 미리 기록해두고 시작해야겠다. 이 음반은 그냥 ‘죽이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아야 할 부분들이 참 많다.

3년 전 발매된 [Skeleton Tree]는 닉 케이브의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과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 음반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들이 아들의 죽음 이전에 쓰여졌고, 오직 몇몇 부분만이 음반의 마지막 녹음 일정 당시 닉 케이브에 의해 즉흥적으로 수정되었을 뿐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음반과 ‘죽음’을 직접적으로 연결짓고 싶어한다. 2017년 투어가 끝난 후 닉 케이브는 곡을 전혀 쓰지 않았는데, – 우리가 보통 닉 케이브의 천재성만을 기억하느라 잊고 있던 – ‘The Bad Seeds’의 한 축을 담당한 키보디스트 콘웨이 새비지(Conway Savage)가 뇌종양 선고를 받게 된다. 그는 1990년부터 닉 케이브와 함께 한 오래된 동료였는데(아마 동료 이상의 그 무엇이었을 것이다), 암 선고를 받고 1년 뒤 숨을 거두었다. 이후 다시 시작된 닉 케이브의 작업의 결과물로 탄생된 [Ghosteen]은 (당연히) 콘웨이 새비지에게 헌정되었다. 그러니까 죽음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 닉 케이브의 최근 작업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Skeleton Tree]보다는 [Ghosteen]에 더 가까울 것이다.

이 음반은 밴드 역사에서 약 15년만에 처음으로 더블 음반으로 기획되었다. 첫번째 음반에는 총 여덟곡이 실려 있는데 닉 케이브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자식들(the Children)”의 노래이고, 음반의 두번째 장에 실린 세 곡은 “부모들(the Parents)”의 노래에 해당한다고 한다. 음반에 실린 노래들은 전작들과 달리 무척 정적이다. 앰비언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신디사이저와 키보드가 음악을 주도하고 드럼과 베이스는 보조를 맞추는 정도에 그친다. 바리톤에 가까웠던 닉 케이브는 팔세토 창법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낭독(spoken words)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극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물론 미치도록 아름다운 순간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닉 케이브의 음악의 핵심으로 남아있다. “Bright Horses”를 듣고 가슴이 울리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40년 가깝게 활동을 지속해온 뮤지션이 “Galleon Ship”같은 젊디 젊은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Night Raid”가 선사하는 따뜻함은 전과 달라진 닉 케이브 음악만이 주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가사 역시 음악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방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각 노래마다 명확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것이 특징이었던 닉 케이브의 작사법은 2015년(그러니까 아들이 죽던 해)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는데, “하나의 직선 위에 마치 이야기의 흐름처럼 흘러가는 것이 삶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카오스에 가깝다”는 닉 케이브의 말처럼 가사는 분절적이고 조금 더 은유적이며 표현은 대담해졌다.

아마도, 아직까지도, ‘닉 케이브는 너무 올드하고, 나랑은 잘 맞지 않아. 선뜻 내키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번 빠지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음악이 닉 케이브이고, 나는 지금 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엉뚱하지만 이런 생각도 해봤다. 닉 케이브가 일본에 태어났다면? 아마 류이치 사카모토가 되어 있을 것이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호주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닉 케이브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둘이 공통분모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이 공유하는 음악적, 미적 요소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 하나만 예로 들면 신디사이저에 대한 깊은 이해? 쓸데 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만큼 이 음반에 대해 계속 떠들고 싶다. [Ghosteen]은 너무 좋은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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